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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의 진짜웨딩] 새로운 웨딩 거리, 웨딩 골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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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의 진짜웨딩] 새로운 웨딩 거리, 웨딩 골목이 필요하다
  • 권경근 웨딩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0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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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 웨딩칼럼니스트.

서울에서 결혼 준비 하면 떠오르는 동네, 보통은 청담과 같은 강남권역을 얘기할 것이다. 실제로 웨딩컨설팅 업체를 비롯하여 드레스샵이나 스튜디오 등이 강남에 모여있고 예식장도 많이 있다. 

고속버스터미널과 경부고속도로 등 타지에서 오는 교통 인프라가 비교적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말에 강남 도심만큼 교통 체증이 심한 곳도 없다.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왜 강남지역에 웨딩 업체가 모여있을까? 그것도 임대료가 높은 대표적인 곳인데도 말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서울에는 아현 웨딩 타운이 결혼 준비에 필수 코스나 다름없었다. 언젠가부터 청담 등 강남권에 웨딩 인프라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은 아현 웨딩 타운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외환 위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아현의 상권들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웨딩은 패션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대부분 신부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드레스와 메이크업 등을 선호해 왔다. 그러나 아현은 그에 발맞추지 못했다. 그에 반해, 청담은 명품 브랜드들이 들어서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자연스럽게 웨딩 업체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아현으로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뜸해진 데는 컨설팅 업체의 등장도 이바지했다. 요즘은 결혼 준비의 첫발을 주로 웨딩박람회를 방문하면서 시작한다. 직접 웨딩 샵을 방문하는 것보다, 박람회 즉 컨설팅 업체를 통한 결혼 준비가 자연스럽게 되었다. 

또한, 컨설팅 업체는 대부분 강남에 있는 웨딩 업체를 제안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아현의 가게에 대한 후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아현 웨딩 거리에는 여전히 숙련된 업체가 있지만,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청담의 웨딩 업계 관계자들도 요즘 고민이 많다고 한다. 결혼하는 커플의 수는 지속해서 줄어들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임대료 부담 때문이다. 더군다나, 셀프웨딩이나 스몰웨딩 등 예비부부가 결혼을 직접 준비하거나 형식을 간소화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드메의 함정 편에서 얘기하였듯, 컨설팅 업체에 의존하는 시장 환경도 웨딩 사업주에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이제는, 웨딩 인프라가 변화해야 한다. 

대구의 중구 대봉동에는 웨딩골목이 있다. 드레스샵과 한복점, 스튜디오 등 약 450개 업체가 밀집된 곳이다. 한 때, 호황을 누렸으나 대다수가 영세한 업체여서 아현의 경우와 비슷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요즘 대봉 웨딩 골목은 주변 상권이 살아나면서 함께 활성화되고 있다. 골목과 이어진 곳에는 청년들과 예술가들이 일궈놓은 방천시장과 김광석다시그리기길, 봉리단길이 연결되어 있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태원의 경리단길처럼 개성 있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들이 인접해있는 것이다. 이곳에 점차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웨딩 골목도 젊은이들에게 다시 친숙해지고 있다. 

서울에도 새로운 웨딩 골목이 필요하다. 웨딩 골목의 가장 큰 장점은 결혼 준비의 편리함이다. 강남의 경우, 넓은 권역 안에서 업체들이 이곳저곳 떨어져 있다. 하지만 가게들이 밀집해있는 웨딩 거리에 가게 되면,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샵 등 다양한 곳을 직접 원스톱으로 방문할 수 있다. 웨딩컨설팅이 인기를 얻은 것은 결혼 준비를 편하게 해준다는 점이 크다. 

나 대신 알아봐 주니 좋긴 하지만, 분명히 단점도 있다. 컨설팅을 통해 준비한 예비부부는 상품을 실제로 보지 않은 채 계약을 먼저 하고, 나중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웨딩 반지나 한복은 백화점이나 종로 등으로 직접 알아보기 위해 가지만, 정작 그 외 것들은 컨설팅 업체를 통하는 아이러니한 문화가 생겼다. 또한, 웨딩 업체 입장에서는 컨설팅 업체에 광고비와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러면서 웨딩 상품의 가격은 덩달아 올라간다. 지금도 이러한 흐름은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컨설팅 업체에 의존하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예비부부들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스튜디오와 드레스 샵을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웨딩거리와 웨딩 골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대봉웨딩골목과 같이, 주변 상권의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활용하여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웨딩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서울을 포함한 다른 지자체는 임대료가 다소 낮은 곳을 선정하여 웨딩 거리를 육성해야 한다. 그러면 사업주의 부담이 낮아진다. 한편, 관련 업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소비자에게 상품의 합리적인 가격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드레스 피팅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직접 방문하는 고객에겐 더 나은 혜택을 주는 것이다. 광고에 의존하는 것보다 상품의 품질과 서비스로 당당하게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 

높은 임대료와 줄어드는 고객으로 새로운 곳을 찾는 웨딩 업체들이 있지만, 막연히 다른 동네로 옮기기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아현 웨딩 타운을 다시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는 하나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한 편,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웨딩허브센터, 웨딩테마공원 등 결혼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형물이나 포토존을 만드는 등 겉치레만 신경 쓰는 모양새다. 속이 중요하다. 단순히 어느 지역을 웨딩 거리라 지정하고 지원하여 운영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관련 업체의 임대료와 컨설팅 수수료의 부담을 덜어주고, 젊은 층의 발길을 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덧붙여, 셀프, 스몰웨딩과 같이 간소화된 결혼을 원하는 예비부부들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현웨딩타운에서 청담으로 바뀌었듯이, 이제는 웨딩 인프라의 변화가 올 때이다.

권경근 웨딩칼럼니스트 skyunion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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