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김종현 기자] 데스밸리(Death Valley, 죽음의 언덕). 창업한지 3~5년 된 영세기업이 유망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전 자금, 판로, 경영 등에 어려움을 겪는 ‘자원이 고갈된 상태’를 뜻한다.
창업한지 만 4년이 됐다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초창기 창업 단계에서는 정부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과 컨설팅 지원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하루 종일 정부기관과 투자기관을 돌아다녀도 성과가 없다”면서 “성장의 가장 큰 위기인 데스밸리 단계에서 정작 도움을 청할 곳이 없으니 막막한 심정”이라고 한탄했다.
상당수 기업들은 창업 후 3~5년이 되면 기존 사업 아이템의 한계, 자금부족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현상을 겪는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창업 수를 늘려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데스밸리에 임박한 기업들은 제도,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 앉아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7년 신설법인 등록 수는 9만 6000개. 2014년(8만 5000개)과 2015년(9만 4000개)과 비교하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2015년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의 창업 3년 후 기준 생존율’은 고작 38%에 그치고 있다. 스웨덴(75%), 미국(58%)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좋은 아이디어로 자금을 지원받아 힘들게 날개를 편 기업들이 데스밸리의 장벽을 넘기지 못하고 힘없이 주저앉으면 고스란히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특히 본격적인 성장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할 시기에 데스밸리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그 피해는 일자리 문제로 직결된다. 데스밸리에 처한 기업들이 매출 100~300억의 중소기업으로 한 단계 발돋움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그럼 데스밸리 단계에 처한 기업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이들의 대표적인 어려움은 자금조달. 하지만 정부는 신규 아이디어와 정책 방향을 자금 지원의 기준으로 삼고, 벤처캐피털은 재무적 성과나 가치 등을 투자의 기준으로 삼다 보니 3~5년 된 신생 기업이 이런 조건을 충족시켜 지원을 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데스밸리 단계의 기업에게는 시장 분석을 통한 ‘성장가능성’과 ‘핵심역량’에 비중을 높인 평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해당 분야 민간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 시니어 은퇴 인력들의 지혜와 경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데스밸리에 처한 기업들 중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가능하다.
평가를 통과한 데스밸리 기업들은 신속한 절차로 10억 내외의 자금을 지원 받는다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민간 전문가와 시니어 은퇴 인력을 활용하면 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경영 참여를 통한 경영환경 개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로개척 등의 부가적인 효과도 거둘 수도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은 데스밸리 단계의 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지원‧육성하는 제도는 자리를 잡아가지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중간 단계인, 데스밸리를 겪고 있는 벤처,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김종현 기자 jhkim29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