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반그룹 공익재단·협력사, 택지전매의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 높아
[KNS뉴스통신=김재우 기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등을 동원한 호반건설의 공공택지 입찰담합 의혹이 제기돼 온 가운데, 해당 택지의 입찰 및 전매에 대한 사전공모 의혹을 뒷받침할 사실관계가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정복 의원(민주당, 경기 시흥갑)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공택지를 낙찰받아 호반에 전매한 법인의 주요 임원들이 호반건설 및 김상열 회장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호반그룹의 공익재단인 태성문화재단과 남도문화재단이 설립목적에 어긋나는 ‘택지전매 커넥션’의 핵심 창구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호반건설의 계열사 및 관계사가 아님에도 호반 측에 택지를 전매한 법인은 총 11곳(전매택지 6천3백억 원 규모‧분양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해당법인의 법인등기부 등을 분석한 결과 이중 호반그룹 및 김상열 회장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어 보이는 인물들이 주요 임원을 맡았거나 맡고있는 법인은 무려 10곳(전매택지 5천8백억 원 규모‧분양가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추첨제로 실시되는 공공택지 분양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불공정 담합의혹이 제기됐지만, 해당 법인들과 호반건설과의 관계가 자세히 밝혀지지는 못했다.
특히 택지낙찰 및 전매에 동원된 법인들이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으며,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까지 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의 조사에도 담합을 입증할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호반건설 측은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답변 외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LH가 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와 전매법인 및 호반계열사에 대한 법인등기부 일체를 분석한 결과에 해당 법인들은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 오히려 건설업계에서 상당한 업력을 이어온 건설사들이었다.
이렇게 업력과 시공경험을 갖춘 법인들이 공공택지를 낙찰받았음에도 사업을 포기하고 전매한 이면에는 호반 및 김상열 회장과의 긴밀한 관계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추론이 제기된다.
요컨대 해당 법인의 주요 임원들은 호반그룹에 재직한 이력이 있거나, 호반그룹 태성문화재단 및 남도문화재단의 이사로 재직한 기록이 있었고, 나아가 호반건설과 지속적으로 거래해 온 협력업체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호반에 택지를 전매한 총 11개 법인 중 D건설·D종합건설·L건설·D산업개발·F건설·H토건·G건설의 주요 임원들이 태성문화재단과 남도문화재단의 이사를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D건설 및 D종합건설의 임모 회장은 호반건설의 엔지니어로 재직한 이력이 있으며, 태성문화재단에 해당 법인 명의로 2억 원 규모의 거액을 기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D산업개발은 지난 13년도 공정위 광주사무소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호반건설의 협력업체임이 확인됐고, 언론보도를 통해 호반건설의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됐음을 스스로 홍보하기도 했다.
한편 J개발 박모 대표는 본인이 경영하는 L그룹이 보유하던 광주방송 지분을 지난 2011년 호반건설에 처분했으며, 이후 1년여 간 광주방송 임원을 지낸바 있다.
또한 전북지역 언론의 과거 보도기사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11년 N건설로부터 전매 받은 혁신도시 택지를 상기 J개발에 재전매 후 해당 사업의 시공사로 나서는 등 긴밀한 거래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상기 N건설은 지난 2001년 호반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영루미나CC 골프장 인수에 참여했고(대영루미나CC는 현재 호반그룹 스카이밸리CC의 전신), 지난 2012~13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의 다목적 체육관 건설 컨소시엄에도 호반과 함께하는 등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마지막으로 J시행사는 아산탕정·천안불당·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 건설의 시행사로 참여한 협력관계가 확인됐다.
이처럼 호반에 총 5천8백억 원 규모의 공공택지를 넘긴 법인의 임원들이 호반 또는 김상열 회장과 오랜 관계를 가져왔음을 미루어, 택지입찰 및 전매 전 과정에 대한 공모를 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향후 사적관계를 동원한 담합행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공공주택특별법」 상의 제재와 별개로, LH의 분양업무를 거짓으로 방해하고 상당한 이익이 보장되는 사업을 포기하는 등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해당 법인들이 최초 계약일 직후 택지전매까지 짧게는 이틀에서 길어도 한 달을 넘기지 않은 점은 애초에 택지개발 의사가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특히 관련 법인에 재직 중인 임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해당법인 대표가) 김상열 회장과 잘 아는 사이였고, 사업 의사가 없었으나 호반 측의 요청으로 참여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한편 조성욱 공정위원장(당시 공직후보자)은 작년 9월과 10월에 개회된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 및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호반의 택지 입찰담합 등에 대한 조사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16일 세종 청사에서 개회된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문정복 의원이 제기한 호반건설의 공공택지 전매의혹에 대해 국토부 차원의 조사는 물론 관련 제도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문정복 의원은 “새롭게 드러난 본 건 자료들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조사와 적극적인 사후조치를 촉구한다”면서 “국토부와 LH는 추첨방식에 의존해 온 공공택지 분양방식을 축소하고 설계공모 방식 등을 확대해 입찰담합 및 전매를 근절하고 국민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우 기자 woom002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