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 조창용 기자] 글로벌 IB(투자은행)에서 시작된 반도체 고점론은 국내 증권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4일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황 고점 우려가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일대비 500원(1.16%) 떨어진 4만255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4만225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낙폭이 더욱 커 2400원(3.47%) 내린 6만6700원을 기록했다. 장중 6만5800원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무색할 정도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깜짝실적이 예고됐지만 주가는 내리막길이다.
반도체 고점론의 시작은 지난 8월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변경한 것이었다. 이틀 뒤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나란히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주의'로 바꾸며 재차 시장을 흔들었다. 모건스탠리의 비관론은 이후에도 이어져 9월에는 D램 등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낙관론을 유지했다. 5년째 지속된 반도체 호황국면이 주춤하더라도 급격히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고, 공급업체들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 근거였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감지된다. 한달새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 4곳의 증권사가 삼성전자 목표가를 하향했다. SK하이닉스는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5곳이 목표가를 내렸다.
3분기를 정점으로 업황이 꺾일 것이라는 불안이 번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정체된 상황에서 PC수요가 기존 기대치를 못 맞출 것으로 예상돼서다. 여기에 반도체 새 수요처로 여겨지던 자동차와 산업용 칩 수요 부진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미국 반도체 섹터도 약세다. SOX 지수는 지난 8월 1400포인트 안팎을 오가던 것에서 최근 1200포인트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어닝 피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인텔 CPU 공급 차질과 슈퍼마이크로의 스파이칩 이슈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며 "자동차와 산업용 칩 수요 부진 가능성까지 등장하며 반도체 수요 전반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창용 기자 creator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