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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패신저 파리’…새로운 개념의 문화 여행 ‘북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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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패신저 파리’…새로운 개념의 문화 여행 ‘북커진’
  • 백영대 기자
  • 승인 2024.08.28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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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파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환상과 고정관념을 걷어낸, 진짜 ‘파리’ 이야기

[KNS뉴스통신=백영대 기자] 여행을 갈망하고 여러 나라의 문화에 호기심이 많은 독자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여행서 <패신저>가 출간됐다. 

<패신저>는 관광 명소나 유명 음식점 등을 알려주는 안내서가 아닌, 그 도시의 진짜 모습,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식의 글로 생생하게 담은 문화 북커진(북+매거진)이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프랑스 파리! 많은 이들이 이미 다녀온 곳이지만, ‘무엇’을 보았고 그 여행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됐는지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여행자는 별로 없다. 에펠탑 같은 랜드마크가 오늘날의 파리를 얘기해줄 수는 있을까? 그런 장소에서 찍은 셀카가 도시를 제대로 여행했음을 증명해줄 수 없다.

‘파리 신드롬’이란 파리를 여행한 관광객이 문화 충격을 겪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충격은 도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영화나 책에 묘사된 것과는 너무 다른 이미지에서 기인한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일 순위로 꼽는 도시이자 아주 오래전부터 ‘낭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도시이지만, 정작 ‘파리’는 그와 다르고, 우리는 사실 ‘오늘날’의 파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파리’하면 에펠탑이나 퐁네프다리의 낭만, 바게트가 담긴 바구니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도시를 가로지르는 파리지엔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정작 그 도시에는 그런 이미지는 실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연 파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용이나 구성이 바뀌지 않는 케케묵은 파리 여행서들의 안내에 따라 유명 거리, 레스토랑, 관광 명소를 찾는 것으로 진짜 파리를 느낄 수 있을까?

<패신저 파리>는 파리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 쓴 13편의 글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파리를 들려준다. 에세이, 탐사 저널리즘, 인터뷰 등 형식도 다양하고, 주제와 관점, 내용 또한 다채롭다. 

<패신저>는 북유럽 최고신 오딘이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알고자 곳곳으로 보낸 두 마리의 까마귀가 매일 아침 돌아와 그날의 소식을 전해주었듯, 독자들에게 도시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기획된 문화 여행서이다. 까마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직접 해당 장소를 찾아가 찍은 사진도 실었다. 

‘매거진’과 ‘책’의 특성을 살린 ‘북커진’ 형식의 문화 여행서 <패신저>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조금도 알지 못하는 파리를 보여준다. 몇 년 전 ‘가봤던’ 도시가 아닌, 어느 여행서에나 적혀 있는 뻔한 명소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아닌, ‘바로 지금’ 가장 생생한 도시 말이다. 이 책은 진짜 여행을 갈망하고 다양한 문화와 나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것이다. 

특히, <패신저 파리>는 지금 파리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도시가 품은 문화를 읽는 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다.

보들레르는 “도시는 인간의 심장보다 더 빨리 변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현대를 사는 우리는 깊이 공감할 것이다. 당장에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도 몇 년 전과 같지 않다. 단지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고 간판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그 도시를 오가는 인구 구성이 달라지고, 도시의 분위기를 이끄는 문화가 1~2년 새 바뀐다. 도시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나 구호도 달라지며,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이 도시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한다. “도시는 그야말로 하나의 유기체로서 살아 숨 쉬며, 진화하고 있다” 

<패신저 파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파리의 ‘진화’를 이끄는 역동적인 움직임에 주목한다. 이 책에는 미슐랭 가이드의 ‘계급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젊은 세대 요리사, 프랑스인으로 인정받을 권리를 위해 거리에서 시위하는 이민자 자녀, 패션계가 만든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는 여성, 골목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흑인 ‘사페르’들, 반인종주의와 반파시즘 철학을 가진 축구팀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는 곧 음식, 패션, 건축 등 모든 문화의 중심지로 일컬어지는 파리에서 오늘날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문화이자,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한 ‘희망’의 이야기이다. 

바타클랑 극장 테러, 노란 조끼 시위, 빈민가의 불안, 불길에 휩싸인 노트르담, 기록적인 폭염, 감당할 수 없는 주택 가격, 코로나19 팬데믹 등 파리를 에워싼 어두운 그림자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불행한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인구 과밀에서 기후 위기, 이민, 세계화와 지정학적 변화까지 아우르는, 전 세계 모든 주요 도시가 직면한 현실이다. 하지만 여러 위협에도 현재 파리에 팽배한 분위기는 패배주의보다는 쇄신을 향한 희망에 가깝다.

‘여행’은 SNS를 도배하는 멋진 배경이나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경험하는 것으로는 갈증이 충족되지 않는다. 파리는 어떤 역사를 통해 형성되고 어떤 변화의 과정을 거쳤는가? 지금 파리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파리를 파리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결국 그곳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만이 알 수 있다. <패신저 파리>는 그 해답을 알려주며, 오늘날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생생한 도시 골목골목으로 여러분을 안내해 줄 것이다.

◈저자 소개

티보 드 루이터Thibaut de Ruyter 외 9명

티보 드 루이터는 2001년부터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프랑스계 독일인 건축가이자 큐레이터, 미술 평론가다. 그는 〈오늘날의 건축L’Architecture d’aujourd’hui〉, 〈아트 프레스Artpress〉, 〈건축 저널Il Giornale dell’architettura〉, 〈아키텍처Architectuul〉, 〈프리즈Frieze〉 등의 잡지에 글을 실었다. 2017년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유럽을 위한 노래A Song for Europe」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 전시를 기획했으며, 《도시 이미지Stadt / bild》(2015)를 비롯한 다수의 건축 관련 서적을 편집했다.

백영대 기자 kanon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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