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작가가 건네는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응원
[KNS뉴스통신=백영대 기자] 《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는 추리소설, 스릴러, 청소년 소설 등으로 독자들을 만나온 조영주 작가의 시간 여행 판타지다. 다른 어떤 작품보다 작가의 마음이 많이 투영된 주인공 ‘그녀’는 수줍고 서툴며 인생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여리디여린 사람이다.
이 엉뚱하고 돌발적인 시간 여행을 따라가며 그녀의 성장을 지켜보면, 우리도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시간’과 ‘나 자신’이 가장 강력한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얻게 될 것이다.
조영주 작가의 《붉은 소파》는 장르소설로는 처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자들에게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후 추리소설, 스릴러뿐만 아니라 청소년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들을 만나온 그녀가 이번에는 신작 장편소설 《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로 독특한 시간 여행 판타지를 선보인다.
인생을 회피하며 생을 접으려고 하는 주인공 앞에 나타난 카페 은달. 굴뚝 위에 걸린 신비로운 은빛 보름달 때문인지, 그녀의 심장이 멈춘 순간 세상도 멈춰버린다. 그렇게 시작된 기묘한 시간 여행으로 카페 은달과 함께 예상치 못한 곳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도와주며 그녀는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워나간다.
시간이 멈춘 사이, 카페 은달에서 ‘적합한’ 빵을 구워야 한다는 특별한 조건을 채워야만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은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향할지, 어떻게 결말이 날지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지붕 위의 굴뚝이 거대한 은달의 꼬리처럼 그려지고, 가볍고 포근한 모닝빵이 카페를 대기권 밖 달까지 보내주며, 사과꽃파이가 우아하고 부드럽게 카페를 띄워주기도 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귀여운 상상력으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시간이 멈춘 후 버릇처럼 자기 가슴에 손을 갖다 대며 심장이 뛰는지를 체크하는 그녀는 시간이 흘러 죽는 일을 마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죽기도 쉽지 않다.
카페 은달이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은 1926년의 만세운동, 1945년의 해방된 경성, 1969년의 달의 뒷면 등 예측할 수 없는 곳이다. 다섯 번의 여행을 통해 다섯 명의 사람을 만나 그들을 목숨을 구해내며, 심장박동을 느끼고 살아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들을 살리기 위해 해보지 않은 일에도 용기를 내보며 씩씩하고 당차게 세상에 맞서고자 한다. 결국 그 일을 해낼 사람은 나 자신, 그리고 흐르는 시간이기 때문에…….
우리 앞에 놓인 미지의 세상은 두려운 곳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며 미리 불안해하기보다는 카페 은달의 지붕 위에서 바람을 느끼고 별을 세며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삶은 그렇게 작은 행복이 모인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저자 소개
조영주
작가는 사는 곳, 가는 곳,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아 글로 쓴다. 세계문학상, KBS김승옥 문학상 신인상,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2011년 장편소설 《홈즈가 보낸 편지》를 시작으로 《붉은 소파》 《혐오자살》 《반전이 없다》 등 형사 김나영 3부작을 집필했다. 2021년 《크로노토피아》를 시작으로 시간을 테마로 한 3부작을 쓰고 있으며, 《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는 그 두 번째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등의 앤솔러지에 참여했고, 2022년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유리가면》을 출간했다. 에세이로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어떤, 작가》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앤솔러지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환상의 책방 골목》 《코스트 베니핏》 《십자가의 괴이》 등을 기획·출간했다. 《환상의 책방 골목》은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서 출간됐고,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붉은 소파》는 태국에서 출간됐다.
백영대 기자 kanon33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