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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무현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그들은 왜 죽은 노무현에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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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무현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그들은 왜 죽은 노무현에 집착하는가?
  • 박봉민 기자
  • 승인 2011.03.24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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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국참당의 노무현 쟁탈전. 무엇이 ‘노무현 정신’인가.

민중가요의 노랫말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요즘 대한민국 진보의 최대 화두가 바로 이것 ‘진보대연합’이다. 2012년 대선에서 보수에 빼앗긴 정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의 중심에 죽은 노무현이 있다.

옛말에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역사를 움직인 인물들에는 살아서 보다 죽어서 더 빛을 발한 인물들이 있다.

아마도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이 그렇지 않을까? 노무현 前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그는 대한민국 진보의 아이콘이 되었고 대한민국 진보의 정신이자 넘어서야할 벽이 되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쟁탈전이 진보내부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갈라진 형제들의 동상이몽

노무현 前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그를 추종하던 세력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먼저 안정된 기반의 제도권 내에서 이른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던 인사들은 제1야당인 민주당을 택했다. 그들에게는 ‘노무현 정신’을 실현해 나갈 현실적인 힘이 필요했으리라.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얻은 힘으로 무엇을 했는가는 국민들이 평가할 몫으로 남는다.

다음은 기성의 낡은 제도를 타파하고 새롭게 노무현이 꿈꾼 세상을 열어가겠다고 생각한 이들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럼 없이 노무현의 정신과 부채를 모두 승계했음을 자부했다. 바로 ‘국민참여당’. 하지만, 이들 역시 과연 노무현이 꿈꾸던 세상의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는가는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회의를 느끼고 제도권 정치로부터 한발 물러선 사람들이다. 이들은 시민운동 등을 통해 ‘노무현 정신’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도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지금 갈라진 이들 형제들이 서로 자신들이 ‘노무현의 적자’임을 주장하며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엔 어느새 노무현은 사라지고 권력을 향한 추악한 욕망만이 가득해 보인다. 이들은 아마도 노무현이 꿈꾼 세상은 권력을 잡아야만 완성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용이 못된 이무기...노무현

혹자는 노무현을 몽상가라 한다. 또 혹자는 노무현이 시대를 잘못 타고난 영웅이라 한다. 평가는 다르지만 이들은 결국 노무현이 실패했다고 한다. 이들의 말처럼 노무현이 실패했다면 그것은 왜일까? 처음 대통령이 되고자 했을 때 그 자신 역시 권력이 모든 것을 이루어 줄 것이라 믿었으리라. 하지만 권력이 모든 것을 이루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절감한 채 그는 권좌에서 내려왔다.

노무현을 보며 허균이나 정도전, 광해군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고 실제 노무현 본인도 정도전을 존경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광해군, 허균, 정도전 그리고 노무현.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시대를 앞선 높은 이상과 최고의 권력으로도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정치가였다는 점이다. 이들의 실패는 결국 아무리 좋은 이상도 시대와 현실에 불합하지 않다면 이상으로만 그칠 수밖에 없다는 준엄한 역사의 교훈이다.

무릇 한나라와 시대를 책임지고자 하는 지도자는 사람의 머리가 하늘을 향해 있고 눈이 정면을 향해 있으며 발이 땅을 밟고 있는 이유를 바로 알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친노...노무현은 죽지 않았다.

친노임을 자임하는 사람들은 노무현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노무현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잠시 좌절했을 뿐이며 자신들이 그의 정신을 다시 살려내겠다고 한다. 결국 그들은 노무현을 통해 권력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를 넘어설 수는 없어 보인다.

물론, 그들은 말한다. “노무현의 정신과 함께 노무현의 부채를 승계하겠다”. 하지만 그들에게선 노무현의 부채를 승계할 의지는 보이지만 그 부채를 갚을 의지는 없어 보인다.

친노임을 자임하는 그들에게 과연 노무현을 부활시킬 진정성이 있는가 묻고 싶다.

노무현의 부활, 예수의 12제자를 닮아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는 아마도 그리스도교일 것이다. 2천년 전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예수라는 인물은 비록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사형을 당했지만 그를 추종하는 12명의 제자와 그들에 의해 예수를 접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신(神)으로 부활한다.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하고 신이 되기까지 그를 추종하는 많은 이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있었다. 그들은 예수를 닮고자 했고 목숨을 걸고라도 예수를 살려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노무현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과연 그만큼의 열정과 절박함이 있는가. 그들에게는 노무현을 되살려 무엇을 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없어보인다. 그저 권력만을 잡고자하는 것이라면 노무현을 두 번 죽이는 것이리라.

같이 또 다르게...

스스로를 노무현을 뼈에 새긴 ‘노뼈’라고 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조금 다른 채로 친구가 되고 동지가 되자”

요즘 진보진영에서는 바로 이 다른 듯 함께 가자는 ‘진보대연합’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친구가 되기를 이야기 하면서 정작 이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만이 적자임을 내세우며 내심 상대가 자신들의 품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들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정치인일 수밖에 없는가.

광야에서 아침이슬을 불러라

친노, 구체적으로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진보에게 현 시점에서 요구 되는 것은 초심이다.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쳤고 피 흘려 싸웠던 그 초심.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까지를 꿈꾸며 묘지 위에서 붉은 태양을 바라보던 그 열정과 순수함만이 ‘노무현’을 부활시키고 나아가 ‘진보대연합’을 이루어 이 땅에서 노무현이 꿈꾸었으며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박봉민 기자 mylovepb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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