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오랜 세월 지켜온 매화나무에 다섯 매 잊지 못한 상춘객 발길 이어져
면우·기산매까지 이젠 남사예담촌 7梅
어느덧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봄나들이가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보상 받으려는 듯 이곳저곳 상춘객 물결이다.
봄 정취가 짙어지는 이 시기 매화 향기 그윽한 산청 남사예담촌에서 지난 세월의 아픔을 잊어보는 건 어떨까.
지리산 천왕봉이 진산인 산청군 단성면의 남사예담촌은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는 계절이 되면 온 마을에 매화 향기가 그윽하다.
남사예담촌의 집집마다 오래 세월을 지켜온 매화나무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씨, 박씨, 이씨, 최씨, 정씨의 다섯 문중을 대표하는 각 매화나무는 남사예담촌을 대표하는 5매(梅)로 이들 문중의 선비 품성을 지니고 있다.
남사예담촌 5매는 ‘오매불망(五梅不忘)’으로 불리며 이곳을 한번 찾은 사람들은 이 다섯매를 잊지 못해 다시 찾곤 한다.
또 오매불망 이들 매화와 함께 면우 곽종석 선생과 기산 박헌봉 선생을 기리기 위한 ‘면우매’와 ‘기산매’까지 그윽한 향기를 더하며 남사예담촌 7매로 품격을 높이고 있다.
산청 3매 중 하나인 하씨고가(진양 하씨)의 매화나무는‘원정매(元正梅)’로 불린다.
사직공파 하즙이 심은 것으로 원정매라는 이름은 그의 시호 원정에서 비롯됐다.
원정매는 홍매화로 수령 670여 년을 자랑했지만 원목은 지난 2007년에 고사하고 후계목이 뿌리에서 자라 매년 꽃을 피우고 있다.
이사재(尼泗齋)의 매화나무 ‘박씨매’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시 박호원 농노의 집에 유숙할 때 매화나무를 보고 위안을 삼았다는 유래에서 심어졌다.
현재는 후계목으로 가꾸고 있다.
경남문화재자료 제328호인 이사재는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시 유숙한 곳이다.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로 홑처마 팔작지붕을 갖추고 있다.
전형적인 조선 후기의 건축 양식으로 박씨 선조 송월당 박호원을 기리며 학문연마의 강학 장소로도 사용됐던 곳이다.
남호정사의 매화나무 ‘이씨매’는 하얀꽃이 피는 매화나무로 백매(白梅)는 희고 맑은 꽃, 은은한 향기와 품격 있는 모습으로 선비의 지조를 상징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씨 문중의 서재인 남호정사에 심어진 이씨매는 유일한 백매화로 키가 커 기골이 장대한 장부를 닮았다.
최씨고가의 매화나무 ‘최씨매’는 최씨고가 대문 옆에 있던 400년 된 매화나무가 고사한 뒤 심은 후계목으로 매화꽃이 필 무렵이면 매화향이 고각의 운치를 더한다.
경남문화재자료 제117호인 최씨고가는 1920년에 지은 한옥으로 곳곳에 자리한 실용적인 구조가 선조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고가다.
선명당의 매화나무 ‘정씨매’는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늦게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다.
최씨고가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최씨고가 대문에 들어오기 전 담장 너머로 보이는 정씨매의 아름다움에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림독립운동기념관 안에 심어져 있는 면우매는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독립의 당위성을 주창한 유림 독립운동가 면우 곽종석(1846~1919)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면우 곽종석 선생은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 출신으로 남명 조식의 사상을 계승한 영남 유림의 영수다.
붓과 글로 국권회복과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으며 을사늑약 체결 반대 투쟁도 펼친 인물이다.
기산국악당의 기산매(岐山梅)는 근·현대 국악운동의 전개와 민족예술 발전을 위해 일생을 다한 기산 박헌봉 선생의 진정한 선비다운 삶을 기리기 위해 심어졌다.
한편 예부터 원정매는 ‘남명매’, ‘정당매’와 함께 ‘산청 3매’로 일컬어지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 수령 462년을 맞는 남명매는 실천 유학의 대가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이 61세이던 명종 16년(1561년)에 직접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천재 앞뜰에서는 지리산 천왕봉이 한 눈에 들어와 해마다 봄이면 많은 매화 탐방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정당매는 고려 말 대사헌과 정당문학을 지낸 통정공 강회백 선생이 어린 시절 단속사에서 공부하던 중 심었다.
지난 1982년 경남도 보호수로 지정된 정당매는 수령이 640여 년에 이르렀지만 노거수로 수세가 좋지 않아 2013년 가지 일부를 접목으로 번식했다.
이후 2014년 완전 고사된 정당매 옆에 후계목을 식재해 관리하고 있다.
[KNS뉴스통신=문경보 기자]
문경보 기자 bobos206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