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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뭐볼까?] 따뜻하고 아름다운 무대, 연극 “녹차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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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뭐볼까?] 따뜻하고 아름다운 무대, 연극 “녹차정원”
  • 윤준식 기자
  • 승인 2015.09.18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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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성(性)이라는 현실의 무거움을 아름답게 풀어내

▲ 소개팅 나가기 전,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뇌성마비 형 윤재의 발톱을 깎아주고 있는 동생 다롱 <사진출처=창작그룹 가족>
 [KNS뉴스통신=윤준식 기자] 이번 주말, 어떤 공연을 볼까 고민하고 있다면 20일 마지막 공연을 앞둔 연극 “녹차정원”을 추천한다.

연극 “녹차정원”은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큰아들, 따로 나가 살고 있는 큰딸, 재수생인 막내아들을 둔 가족의 이야기다.

어린시절 병으로 뇌성마비가 된 큰아들 영재는 장폐색으로 수술을 마치고 요양중이다. 아버지는 영재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퇴직금을 받고 명퇴한 후 집에서 쉬고 있다. 재수생인 막내 다롱은 여자친구인 하루와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공부하면서 집안 일도 돕고 형의 수발을 들고 있다.

영재가 어린 시절, 고열에 시달릴 때 병원에서 제때 치료하지 않아 뇌성마비가 왔다고 자책하는 아버지는 영재가 체력단련을 통해 재활할 수 있다고 믿고 영재에게 혹독하게 대한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갈등과 고통에 시달린다. 어머니는 스트레스로 담배를 끊지 못하고, 큰딸은 이런 집안이 싫어서 따로 나가 살면서 가끔씩 봉투에 돈을 넣어 집에 들르곤 한다. 막내 다롱은 이들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하려고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어느 날 다롱은 여자 친구 하루와 이야기하다 형 영재에게 소개팅을 해주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자를 만나게 되면 형의 삶이 달라질 거라는 것이었다. 누나도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삶 속에서 몸부림치는 오빠 영재를 바라보며 승낙하게 된다.-

▲ 아버지와 막내 다롱의 회상장면 <사진출처=창작그룹 가족>
연극 “녹차정원”은 가족(家族愛), 특히 부자(父子)간의 사랑을 깊게 다루면서도 ‘장애인의 성(性)’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부드럽게 이끌어내고 있다. 생(生)을 누리고 있는 모든 존재는 성(性)에 대한 자연스런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극 중에서는 ‘활동보조도우미에게 사례하겠다’는 짧은 표현으로 영재와 소개팅 여성의 만남을 소위 조건만남처럼 묘사하고 있다. 연극 “녹차정원”은 여기저기 깨알같은 단서들을 던지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장애인의 성(性)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한다. 오히려 비장애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뻔한 전개였다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할 것이다.

연극 “녹차정원”은 이같은 문제제기 외에도 예술작품으로서의 특별함을 갖고 있다. 작품은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가인 이시원 작가가 2005년 옥랑희곡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대한민국옥관문화훈장에 빛나는 연극계의 거장 강영걸 연출이 연극계의 원로배우, 신진배우들과 함께 위트와 유머가 넘치며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었다.

일상생활의 필수품과 먹거리들이 생동감있는 소품으로 등장하고 미세한 무대의 변화, 배역에 완전히 녹아들어간 배우들의 움직임이 관객으로 하여금 공연 내내 녹차정원이 있는 작은 집의 한 가족인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화려한 뮤지컬, 깔깔거리는 코미디가 아닌 가을정취에 맞는 공연을 즐기고 싶다면 혜화동 아름다운 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녹차정원” 어떨까? 아쉽게도 이번 일요일인 2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서둘러 극장을 찾으시기 바란다. 

▲ 윤재의 상상 속, 장애에서 회복된 윤재와 재회한 소개팅녀 <사진출처=창작그룹 가족>

윤준식 기자 newsnz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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