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오성환 기자] 삼국 중에서도 유달리 용맹한 기상을 드러내었던 고구려는 우리나라 역사 속에 자리했던 하나의 기억으로서만이 아니라, 민족의 정기로서 우리 가슴에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고구려의 후예라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면서도 정작 고구려의 자취를 찾고 보존하는 일에 대해서는 열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국사교과서, 역사책에 대표적으로 나오는 고구려의 벽화, 유물, 유적지 몇 가지만을 떠올릴 뿐, 그밖에 고구려의 정신을 담고 있는 더 많은 가치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 가운데서도 고구려의 소리를 찾아 나선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 소리를 통해 고구려의 특별했던 정신을 계승하는 집단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 단체는 바로 고구려소리보존회 해림예술단이다. 예술단을 이끄는 송영남 단장은 문화예술인으로서 이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계승된 소리를 더 많은 이에게 전수하기 위해 더 나은 방안을 구상 중이다.
듣는 순간 힘이 차오르는 당취소리
고구려 당취소리에는 고구려인의 용감무쌍한 기상이 흐른다. 아마도 당취소리를 실제로 들어본 이라면 만주벌판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연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고구려의 기상을 상징하는 센 바람 소리 또한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취소리는 일반 난타와 장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화려하면서도 신명 나는 장단이다. 또한 당취소리에는 승리의 함성이 스며들어있다. 고구려 시대 때 전쟁터에 나가 북장단에 맞춰 말을 타고 싸우던 고구려 장수들의 소리가 고스란히 베여 있는 셈이다. 실제로 그들이 전쟁을 마치고 승리해서 돌아올 때 울렸던 소리가 힘찬 당취소리로 재현되어 왔다.
쉽게 배울 수 없는 만큼 소중하다
“저희가 처음에 했던 것은 사물놀이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이 소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취소리와 처음 만났던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물놀이를 주로 하면서도 뭔가 특별한 소리에 대해 관심을 두었던 송 단장은 새로운 우리나라의 소리문화를 찾아나섰다. 그때 바닷가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보면서 당취소리와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이후 송 단장은 당취소리와의 만남과 함께 효성스님과도 스승과 제자로서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게 된다. 효성스님과의 만남은 예술인 송 단장에게 있어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당취소리를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주말마다 내려가서 배우는 과정도 버거웠지만 실제로 그 소리를 소화하는 것 자체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 악착같이 배우고 익혔다.
어렵다는 것은 곧 배우려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속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공부를 한 결과, 송 단장은 당취소리의 맥을 이어가는 데에 일조할 수 있게 되었다.
당취소리의 마지막 전수자, 효성 스님
당취소리의 마지막 계승자는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1503번지 용궁사의 효성 스님이다. 부산 출신이기도 한 효성 스님은 황해도 구월산 패엽사와 강원도 금강산 유점사에 전수되는 당취를 계승해 왔고 마동 스님, 철암 스님, 혜암스님, 법우스님으로부터 계승되는 당취소리를 이어가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안타깝게도 효성 스님은 당취소리를 문화재가 되게 하려는 시도를 이어왔으나 작업을 하는 도중에 타계하셨다.
다행스럽게도 송 단장을 중심으로 당취소리를 전수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 왔다. 효성 스님의 뜻을 기리고 당취소리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던 송 단장이 발로 뛰며 소리를 알린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시도했던 것이 주민센터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이 소리를 가르쳐주면서 경연대회에 나갈 기회도 많이 얻곤 했다. 부산시청에서 17개 구를 대상으로 개최했던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송 단장은 고군분투하는 만큼 괄목할 성과를 드러내었다.
“부산 지역에서라도 나름대로 많이 알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기도 합니다. 더 많이 알리고 싶은데 수강생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보다 활발한 공연의 자리와 지원이 이어지길 바라며
당취소리를 계승하는 것은 단순히 고구려의 소리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삼국 중 백제와 신라에는 이런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곧 고구려 소리를 지키는 것은 삼국시대의 소리를 보존하는 것이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
한편, 송 단장에 의하면 효성 스님이 활동하실 때는 박 전대통령 추모제나 공영방송 공연 등도 다니며 큰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송 단장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스님의 마지막 뜻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더 활발한 공연이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고구려의 소리에만 담겨있는 남다른 멋을 모든 국민이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새로 당선되신 부산 시장님께서 고구려의 당취소리가 보다 더 활발히 전수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보존회와 예술단이 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성환 기자 v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