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마음의 휴식을 얻다
[KNS뉴스통신=김정현 기자] 무심코 길을 가다 발에 무언가 채이길래 발 밑을 봤더니 웬 돌맹이가 있다. 그런데 그 돌 색깔이 뽀얀 우유빛을 띄고 있고 촉감은 매끄럽고 보드라워 조몰락거리다 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져왔다. 문득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이 추억을 공감할 수 있는 독자라면 오래전에 벗을 자연에서 찾은 적이 있는 독자일 것이다. 이렇듯 마음에 미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돌을 알아보는 것이 수석(壽石)과의 첫 만남이다.
수석(壽石)이란 강이나 바닷가의 돌밭 또는 산중에서 기이하게 생긴 돌을 수집하여 그 흥취를 즐기는 취미로 수석(水石)이라고도 쓴다. 우리 조상들의 애석기풍은 진귀한 돌을 흠모하고 애완하는 가운데 그려낸 괴석도(怪石圖)가 전국에 널리 산재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고 현존하는 왕실 궁궐을 봐도 알 수 있다. 서울의 아름다운 궁궐 중 한 곳인 창경궁에는 수십 점의 정석(庭石)을 이용한 궁중 양식이 아직도 잘 보존돼 있고 운현궁에도 이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돌과 함께한 40년 세월
우리나라의 땅덩어리 크기는 작지만 전국에 수석산지가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 특히 경기도는 풍부한 하천이 있어 많은 명석이 산출된 곳이기도 하다. 시원하고 넉넉한 물줄기 남한강이 임진강과 몸을 합치고 임진강은 남서쪽으로 흐르다가 한탄강을 끌어안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남한강 줄기를 따라 하류 일대인 경기도 양평, 여주까지는 대표적인 산지이다. 더불어 백령도, 소청도, 영흥도, 풍도 등 좋은 섬들이 좋은 산지가 되고 있다. 그 중 고양시는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의 행주치마에 담겨진 돌의 의미와 최영 장군의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씀과 백석동, 성석동 등의 지명 유래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돌에 대한 유서가 깊고 정서 또한 남다른 지역이다. 그래서 명석의 반열에 올려질 수준 높은 수석들이 발견되고 있는 곳으로 탐석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수석 전시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곳에서 20년 동안 수석관을 운영하며 돌과 사랑을 나눈 사람이 있다. 바로 ‘자인우수석관’을 운영하고 있는 고양수석회 김진욱회장이다.
돌이 좋아 탐석을 한 지 벌써 40년이 됐다고 한 김 회장은 처음에는 굴러다니는 것에 불과했던 돌을 보고 가슴이 찌릿한 통증을 느끼며 무언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수석을 ‘발견의 미학’이라고 한 그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를 인용하며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이름을 불러주니 꽃이 된”것처럼 “그 순간 돌도 내게로 와서 새로운 생명이 됐다”고 말한다. 즉 돌은 그냥 돌 일수도 있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여 수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성과 미완성을 넘나들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탐석을 못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20년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매월 정기적으로 탐석을 해왔다.
그에게 수석이 좋은 이유를 묻자 김 수석가는 ‘수석은 미완성과 완성을 넘나드는 존재’라며 “‘어제 봤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미완성의 돌이 오늘은 내 시야에 들어와 완성된 존재로 거듭나’고 ‘또 어제는 사람의 형상이었던 돌이 오늘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매일 매일이 새로운 거죠”라고 말하며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짓는다. 또 탐석 활동을 나갈 때 “이번에는 누구와 인연이 될까?” “뭐, 그런 기분이랄까” 중얼거리듯 말하며 ‘좋은 사람과 약속을 잡은 듯한 설렘이 있기 때문에 탐석을 나가지 않고는 못 베긴다’며 그 이유를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탐석 활동 자체가 운동이어서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자랑한다. ‘평지를 걷는 게 아니라 돌밭을 걷다보니 발목의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보니 근육이 되고 전신운동이 되다보니 자연과 많이 가까워지고 운동도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며 ‘탐석 활동을 나가 돌을 마주하는 것을 이젠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수석전시관 건림을 염원하다
그러나 수석이 일부 국한된 사람들의 취미로 여겨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상하는 데에도 거리감을 느끼는 현실을 자각하고 있다며 “어릴 적 그림을 좋아한다고 대가가 되는 게 아니죠. 처음에는 그저 즐기면서 취미로 시작하는 것이 방법입니다”라고 말문을 열며,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그림에 대한 감각을 쌓듯 수석을 보고 때론 그림처럼 때론 조각처럼 느끼며 감상하다보면 내면의 세계가 어느새 생긴다’고 덧붙인다.
고양시는 현재 인구 100만명을 넘어 특례시로 출범한 상태다.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에서부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까지 주민들과 고양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박물관이 많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수석가들의 개인적인 전시관 외에 공식적인 수석박물관은 아직 없다. 김 회장은 “일산호수공원에 수석박물관을 추진하려 했으나 세우지 못하고 전시관에 그치고 말았다”며 “‘꽃과 예술의 도시이자 수석의 보고’인 고양에서 제대로 된 박물관이 없는 점이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면서 고양시에 하루빨리 ‘수석전시박물관’이 설립되어 다양한 수석을 한데 모아 시민들에게 수석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며 바람을 말했다.
김정현 기자 v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