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박세호 기자] 청장년 시절에 동해안 여행을 하면서 속초를 지났다. 그 당시만 해도 작은 소도시였는데, 최근 방문 시에 보니 벌써 큰 도시로 발전하고 있었다. 강원도 속초는 그로부터 아주 오래간만인 올해 해두 번 우연히 갈일이 있어서 갔지만, 그 다음 번부터는 일부러 다시 찾고 싶은 도시 중의 하나가 되었다.
단순히 외면을 보던 것과는 달리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알아갈 것이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현지에서 거주하거나 생업을 유지하는 속초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나 관광객들에게도 생활환경이 좋은 것이 우선 첫째 장점이다. 그리고 흥미를 일으킬만한 다양한 활동과 전통적인 유적들이 균형감 있게 자리 잡고 있어서, 한 일년 정도 머물며 차분히 둘러본다면 매우 유익한 체험이 될 것이다.
이렇게 4계절 충분한 자유시간을 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거처나 일감을 찾거나 혹은 당분간 휴식과 건강을 챙기며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계획을 입안하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것이다. 꼭 그런 목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여행의 목적지로서 속초는 다양성과 역동성 그리고 사람들의 인심이 잘 어우러진 여러 가지 점에서 만족감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그리고 행정구역 상으로 속초 뿐 아니라 인접한 양구, 양양, 설악산 일대, 주변 동해안 일대와 인제, 삼척, 정선, 강릉, 삼척 등 좀 더 광범위한 지역이 모두 속초 여행의 일정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만큼 속초 시내와 그 주변의 여행 관광자원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여행기자로서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사진 찍을 곳이 많다는 점이다. 작가 사진, 추억의 사진, 기사에 올릴 이미지 컷 등 분야를 가릴 것도 없다. 볼륨이 크고 스케일이 있는 풍경화 형 경치만 해도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배경으로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각종 관광단지나 정원마을, 생태 공원, 이색 맛집 그리고 젊은이들의 문화 창작소 등이 날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사진촬영의 소재가 정말 풍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는 선사시대에서부터 지질과 지형의 변화와 더불어 이 땅에 터를 잡은 우리 조상들의 문명발달의 역사도 유구하다. 현대사에 이르게 되면 6.25전쟁과 더불어 분단국의 설움을 맞보면서 북에서 내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들의 애환이 짙게 서린 고장이기도 하다. 망향의 한을 품은 채 후손들은 생업에 몰두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하였고, 또 그 다음 대 자손들이 큰 뜻을 펼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였다.
도시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외지인들의 왕래도 잦아지고, 이들을 맞이하는 상가와 유통시장도 발달하여 거리로 나가보면 신축 아파트와 상가와 빌딩들이 큰 그림으로 한 눈에 척 들어온다. 이른바 상주 인구와 관계 인구 등 다방면에서 활동 폭이 확대되고, 이러한 추세는 한류의 세계적 분위기와 발맞춰서 세게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한 요소로서도 작용하고 있다. 크루즈터미널과 인근의 국제공항, 그리고 컨벤션섽터, 아레나 등 MIC 분야의 큰 꿈을 꾸어볼 수ㅗ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어서 기사를 몇 건 송출하고 나서도 남은 사진들이 아직도 여러 장 있다. 그러면서도 또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충동심이 일기도 한다.
설악산 고봉과 언덕 아래 낙엽으로 물드는 가을의 정취와 겨울 바다의 쓸쓸한 광경이 머리 속에 연상작용으로 떠오른다. 철도여행이 활발하던 시절에는 경상남북도를 지나, 풍붕우치는 동해안을 창밖으로 바라보면서 해안선을 따라 전속력으로 달리던 그 당시 여행 풍속도가 다시금 그리워지기도 한다.
겨울바다에 도착하여 뜨거운 매운탕 한 그릇과 풍성한 해산물과 산나물을 곁들인 겨울식탁에서 배를 불린 후엔, 찬바람 부는 모래사장 위를 뛰어다녀보고 싶다.
그곳에서 정다운 사람들을 만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풍성한 대화를 나눠보는 그런 상상도 해본다.
해외여행이 봉쇄된 지난 헤 휴가철엔 동해안으로 몰려가는 차량 행렬이 자주 목격되곤 했는데, 이들이 배를 이용한 해상관광과 해수욕과 서핑 등 활동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어서, 일자리 창출도 다양한 방향으로 모색이 되고 있다.
서핑만 하더라도 미국의 마이아미 비치, 캘리포니아 해변들, 혹은 하와이같이 절벽처럼 솟구치는 파도가 있어야만 되는 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 파도에서 서핑을 한다고?’ 하면서 반문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부터 이미 양양 해번에서 강습소를 열었던 사람들이 있었고, 보도자료를 언론사들에 보내고 있었다.
전국의 파도를 비교하여 중개하는 사람도 나왔고, 전국의 마니아들에게 홍보의 길을 열었던 사람 등 시대를 한 발 앞서가는 인재들이 새로운 놀거리와 일과 동호인들을 만들어냈다. 한 번 소문이 난 이후에는 한국 젊은이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이런저런 목적으로 이 지역을 드나들었고, 조금씩 근처 마을들이 베이스캠프의 모양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지금도 속초시와 외곽의 또 다른 산간, 해변과 도심지에서 이러한 새로운 일자리와 워케이션 트렌드 등 새로운 문화의 창출이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지자체에서는 귀농산어촌을 장려하고 있고,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를 위한 맞춤형 일자리와 아르바이트 등도 다양한 각도에서 시도되고 있다는 점 등이 세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나이가 조금 지긋한 사람들은 사업이나 부동산, 혹은 신규 투자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미래를 내다보기 보다는 7080 시대의 추돌아보기를 더 좋아한다. 뜨거운 여름날 달아오르는 승용차 본넷 속의 엔진을 달래가면서 친구나 가족들을 태우고 동해안 해수욕장을 향해 질주하던 젊은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더 그리운 까닭이다. 그 모래사장에서 통기타를 울리며 밤바다의 해조음 소리와 더불어 모닥불의 낭만, 그리고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불렀던 그 시절이 아니었던가?
그보다 조금 더 올드한 세대라면 (당시) 동대문구 소재 마장동터미널에서 출발하던 그 조그마한 강원도행 시외버스들을 문득 생각해낼 것이다. 거기에 올라 연휴를 즐기러 설악산으로 몰려가던 그 단체여행의 추억이 지금쯤은 낡은 앨범 사진으로 먼지 속에 쌓여있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다.
지금 한 번 더 과거와 미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 관광형 복합도시 속초를 방문해 시가지를 둘러보고 설악산을 땀흘리며 함께 오르던 옛 친구들의 추억도 되새겨보자. 속초와 양양에서 이어지는 각 지역의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차를 멈추고 짐을 풀면서 바닷물 속에 발을 담구어보자. 그리고 파도를 통하여 들려주는 자연의 속삭임도 한 번 들어보시기를 권유드린다.
박세호 기자 bc457@naver.com